100년 전통 막국수 맛집 단양면옥, 그리고 막국수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해.
막국수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추정하고 있는 유래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해먹을 수 있고, 바로 막 해서 먹는 국수라는 뜻에서 막국수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수를 거칠게 마구 뽑는다, 마구 먹는다 해서 막국수라고.
글쎄? 이건 황선홍을 황새, 유상철을 유비라고 별명을 짓는 유치한 작명법과 뭐가 다를까?
이런 엉터리 유래는 강원도도, 막국수도 모르고, 상상력도 빈약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장난에 지나지 않지만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말과 향토음식에 관심이 많다. 어린 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냈고, 또 누구보다 막국수를 사랑하는 잠든자유의 생각은 이렇다.
막국수라는 이름은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사투리에서 생긴 것이다. 강원도는 산이다. 쌀농사를 지을만한 땅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 옥수수, 메밀 등의 작물을 생산했다. 그래서 옛날 강원도 사람들은 쌀밥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고, 주식으로 먹었던 것이 강냉이밥, 감자옹심이, 그리고 올챙이국수, 메밀국수 등 곡물로 만든 국수 종류였다. 여러 작물들 중 메밀은 생육기간이 2~3개월로 짧고, 일년에 두세 번씩 수확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강원도의 말을 살펴보자. 사투리 중에 ‘마카’ 라는 말이 있다. '모두', ‘대부분의’ 라는 뜻인데, 일상적인 대화에 많이 쓰이고, 생략이 가능한 문맥에도 습관적으로, 그리고 강조의 역할로 쓰인다. 예를 들면,
"식기 전에 마카 먹으라니."
"마카 내말 안들래요?"
"야들이 우테이래 말을 안듣나야 마카 모여 보라니!"
이렇게 쓴다. 또 내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이런 얘기도 종종 들었다.
"옌날에는 마카 강냉이랑 국수만 먹었지 뭐이 쌀이 있나?"
그러니까 먹을 것 없던 그 옛날 모두가 먹었던 국수라는 뜻의 ‘마카 국수’가 지금의 막국수가 된 것이다.
물론 어떤 문헌이나 기록에도 나와있지 않으니 증명할 길은 없지만.

양양시장에는 매월 4, 9, 14, 19, 24, 29일마다 5일장이 들어선다.
이날도 마침 5일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단양면옥으로 향했다.

단양면옥은 양양시장 입구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3층 건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홀에 몇 개의 테이블이 있고, 왼쪽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넓은 방이 있었다.

1층에 있는 방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어떤 음식점에 갈 때 혼자 정해놓은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붐비지 않는 시간에 가고, 일행이 있을 땐 상대방이 원하는 자리에 앉지만
내 마음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명 아래나 창가 등 밝은 곳에 앉고,
테이블이 여러 종류라면 무늬가 없고 단순한 모양의 테이블을 고른다. 등이다.

이 집은 '막국수'가 아닌 '메밀국수'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같은 음식이다.
옆자리에서 먹는걸 보니 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가늘게 뽑아내는 일반적인 냉면이었다.

간장은 메밀면수에 넣고, 식초, 겨자, 설탕은 막국수에 넣는다.
빨간 양념통은 비빔막국수의 양념이었다.

수육은 17,000원. 새우젓과 배추김치가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 수육이 왜 그렇게 비쌀까 생각했는데, 돼지고기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뜨겁게 데워진 두꺼운 접시 위에 기름기를 적당히 뺀 야들야들한 수육이 나오고,
한쪽에는 빨갛게 양념된 가자미 무침이 같이 나온다.
'어휴, 죽이는 가자미 무침!'

멀찌감치서 보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돼지고기랑 같이 먹으라며 참견을 하시지만
그냥 따로 먹어도 맛있다. 나는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고, 이 가자미 무침은 조금 달았지만
혀에 감기는 듯 부드러운 가자미와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 맛이 조화로웠다.

이번에는 이 집 방식대로 수육과 가자미 무침을 함께 먹어본다.
돼지고기 보쌈 먹을 때 김치 속이나 양념을 곁들여 먹는 그런 궁합이랄까,
동동주 한잔이 몹시 당기지만 이후 스케쥴 때문에 참기로 했다.
나는 음식 사진을 찍을 때도 몇 가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먹기 전에 찍고, 보는 사람이 편하도록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을 찍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었을 땐 반드시 젓가락 두 짝이 다 나오게 찍고,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의 빈 그릇은 찍지 않는다.

막국수를 주문했더니 면수를 내주신다.
조금만 따라서 간장을 넣어 홀짝홀짝 마신다.
언젠가부터 육수보다 구수한 면수가 더 좋아졌다.

국수와 함께 내주는 무채는 새콤했고, 무청김치는 곰삭은 맛이 났다.

비빔 메밀국수는 6,500원.
일단 김가루도 많지 않고, 깨는 갈아서 쓰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휴, 죽이는 막국수!'

작은 주전자에 차가운 육수를 담아서 내준다.
육수를 조금 따라서 맛을 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육수지?
사골은 아니고, 동치미는 더더욱 아닌데?

이렇게 육수를 적당히 부은 뒤 비벼 먹는다.

고명을 좀 뒤적거려 봤더니 돼지고기 수육 몇 점과 가자미 무침이 얹어져 있다.

물막국수보다 1,000원 비싼 이유는 아마 몇 점 곁들인 가자미 무침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구수한 향의 면도 좋고, 감칠맛의 비빔 양념장도 순하고 맵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어떤 면 종류에 대해 비빔 보다는 물을 더 좋아하는데 이 집은 비빔 막국수가 더 맛있었다.

물막국수는 5,500원.
보통 막국수 집에서는 육수를 손님이 취향대로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내 주는데
이 집에서는 처음부터 육수를 부어서 내준다.

얹어진 고명도 비빔 막국수와 조금 다른데,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가 곁들여져 있다.

보통 막국수라고 하면 동치미, 사골육수 아니면 그 둘을 섞어서 쓰는데
이 집 육수는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슴슴하고, 시원하고, 개운하고, 구수한 맛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멸치 등의 해물과 이것 저것 넣어 끓인 것이라고.
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단양면옥 초강력 추천!
계산을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이 집은 장사한지 얼마나 됐어요?"
"100년도 넘었지."
(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왜 양양면옥이 아니고 단양면옥이에요?"
"이 국수집을 시작한 할머니가 1905년에 단양에서 일루 시집을 왔어. 그때부터 해서 내가 3대째야."
나는 앞으로 막국수가 먹고 싶으면 제일 먼저 단양면옥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맛있는 가자미 무침과 함께.
단양면옥은 양양, 속초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필수 맛집이다.
(글|사진 잠든자유)

찾아가기 : 양양 시내에 있습니다. 양양시장 앞에서 시장 입구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입니다.
속초에서 시내버스 9번, 9-1번을 타면 양양시장 입구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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