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고기는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옛날부터 고래로 유명했던 장생포에는 고래고기집들이 몇 곳 있다.
예전에는 훨씬 더 많은 가게들이 성업했었지만 포경이 금지된 이후로 문을 닫는 곳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고래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할매 고래집'이다.
이 집은 40년 넘도록 고래고기만 전문으로 해왔고, 밍크고래만 취급한다고.
(식용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대부분 밍크고래와 돌고래인데, 밍크고래가 더 맛있고, 가격도 비싸다.)

가게는 1,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법 넓고, 내부 시설과 분위기도 무척 깔끔했다.
그 동안 주로 포항 죽도시장이나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고래고기를 먹었던 탓에
고래고깃집은 다 허름하고 꼬리한 냄새가 배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음식점 같은
이 집 분위기에 사뭇 놀랐다.

벽에 옛날 사진이 걸려있었다. 고래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의 모습과 고래의 크기가 인상적이다.
이 사진은 1974년에 찍힌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2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2층에는 고래 이름을 딴 크고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장생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밍크고래방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집에 들어설 때부터 시장통의 고래고깃집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가격이 굉장히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죽도시장과는 비슷하고, 자갈치 시장보다는 오히려 싼 가격이었다.
모둠이 6만원, 8만원, 육회는 3만원, 해장국은 1인분에 8천원이었다.
고래고기는 내게 추억의 음식이다.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외할머니께서 야채장사를 하셨던
자갈치 시장에 가면 고래고기, 꼼장어 같은 걸 사주시곤 했다. 그때부터 먹어서인지
나는 고래고기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고래는 12가지 맛을 낸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 맛을 다 볼 수 있는 날인가 보다.
12가지란 육회, 위, 갈비살, 오베기(꼬리), 우네(배), 막찍기(생고기), 잇몸, 콩팥, 뱃살, 지느러미살,
껍질, 내장 등을 말하는데 제 각각 다른 맛을 낸다.

고래고기 수육을 먹을 때는 어디를 가든 이런 멸치젓갈과 소금을 내준다.

모둠 고기는 다양한 부위별로 찍어먹는 장도 다 제각각 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기 쉽도록
각각의 양념이 담긴 종지를 그 양념과 잘 어울리는 부위 옆으로 둥글게 놓아준다.

소고기 육회와 비슷한 맛을 내는 고래고기 육회도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다.

상차림에는 별다른 반찬은 없다. 김치, 야채, 그리고 미역 등이 같이 나온다.

먹어봤던 것도 있고, 처음 맛보는 부위도 있었는데 정말 제각각 다른 맛이었다.
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다 맛있게 먹었다. (내장은 조금 쓴맛이었다.)
시장에서 사먹으면 오래돼서 조금 딱딱할 때도 있고, 냄새가 많이 날 때도 있는데
이날 맛본 고래고기는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이날 제일 맛있게 먹었던 건 육회였다. 육회는 평소 먹지 않는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이나,
고래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깔끔하고 맛있었다.
고기를 다 먹고 난 뒤에는 해장국과 밥이 나왔다.

무, 콩나물, 그리고 고래고기를 넣고 끓인 국인데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었다.
소고기무국과도 비슷한 맛이다.

고래고기는 특히 이렇게 국물 요리를 하면 맛도 모양도 소고기와 비슷하다.
어릴 때 엄마가 고래고기로 전골 요리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소고기인줄 알았었다.
식사를 마치고 메뉴판에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니
'고래는 식용고기 가운데 철분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산전, 산후 산모의 빈혈을 예방하고 ...'
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음... 고래고기 구해다가 누구 좀 먹여야겠구나.
(글|사진 잠든자유)

찾아가기 :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 서쪽으로 약 250m정도 떨어져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