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회는 바로 이런 맛! <우리식당>
어떤 음식들은 재료의 특성상 산지가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그럴까요? 취재기자의 얄팍한 지식과 경험으로는 주로 선도 유지가 중요한 어류들 밖에 떠오르지가 않네요. 대표적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어회, 갈치회 등은 제주도에 가야만 맛볼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고등어 양식이 성공해서 서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됏습니다. 또 전갱, 꽁치 같은 생선도 산지가 아니고서는 회로 맛보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남해로 취재를 나갔더니 남해에서는 멸치도 회로 먹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멸치는 주로 다시물을 우려내기위해 쓰거나, 풋고추와 함께 볶아 밥 반찬으로 먹거나, 말린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간단한 술안주로 먹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걸 회로 먹다니! '통째로 먹나?' '굉장히 비릴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이 먼저 들었습니다.

남해의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인 '죽방렴'입니다.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고, 수심이 얕은 곳에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V자로 말뚝을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습니다. 물고기들이 안으로 들어오면 V자 끝에 설치된 임통에 갇히게 되는데, 임통은 밀물때는 열리고 썰물때는 닫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갇혀있는 고기들을 퍼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에서 잡히는 멸치가 몸값 비싸기로 소문난 최상품 '죽방멸치'입니다.

멸치는 한창 많이 잡히는 4~5월이 제 맛이지만, 요즘도 조금씩 잡히고 있어 신선한 멸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남해 곳곳의 수많은 멸치 전문 음식점중 멸치회로 이름난 '우리식당'을 소개합니다.


작고 아담한 가게 입니다. 홀에는 여러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긴 나무 테이블이 있고, 따로 방도 있습니다.

이 집은 멸치회와 멸치쌈밥이 전문입니다. 멸치회 작은것을 시키면 2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입니다.

주문을 하자 특이하게 생긴 손잡이의 바가지를 내 줍니다.
막걸리나 동동주 같은 술을 따라 마시기에 좋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숭늉을 덜어먹는 바가지 였습니다.

갈치회는 무침으로 먹습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처음 맛보는 반찬들이 여러가지 나왔습니다.

마른멸치, 멸치구이, 멸치젓갈 입니다. 멸치구이는 처음 먹어봤는데, 마른 멸치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달리 멸치가 아닌 어떤 생선구이 같았습니다. 멸치젓갈은 밥 반찬으로 딱 어울릴 맛이었습니다.

뽈락젓갈 입니다. 뽈락은 구이로는 몇 번 먹어봤어도 이렇게 통째로 젓갈을 담은건 처음 봤습니다.
뼈가 조금 억세고, 맛은 보통 젓갈과 비슷했습니다.

역시 처음 맛본 물메기 창젓입니다. 이곳엔 요즘 물메기가 풍년입니다.

멸치회는 대가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을 제거한 생멸치를 반으로 갈라 넣고, 양파, 깻잎, 고추, 미나리 등의 야채에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것입니다.

이런 음식을 술 한잔 없이 그냥 먹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어쩔수 없이 막걸리 반되를 주문했습니다.

옆에 계시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멸치회 몇 점과 야채도 함께 듬뿍 집어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참견을 하시네요.
'아니, 어떻게 비린내와 비린맛이 하나도 안나는 건지!'
'멸치는 원래 이렇게 찰지고 부드러운 것인지!'
'양념맛은 어떻게 이렇게 매콤새콤 하며 감칠맛이 도는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찍었지만 사진을 보고 있으니 입에 저절로 침이 고입니다.

멸치회 무침 한 젓가락 집어 먹고나니 절로 술이 들어가는듯 합니다.

나중에 주인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비법은 다름아닌 직접 만드는 막걸리 식초라고 합니다. 멸치를 손질할때도, 양념을 할때도 막걸리 식초를 써야 비린내도 없애고 제 맛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걸리 식초만 조금 맛볼수 없을까요 했더니 한 종지 내주셨습니다. 조금 찍어볼 요량으로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이 담아내주시네요. 그냥 눈 딱 감고 마셨습니다. '식초가 또 이런 맛이!!' 먹을만 했습니다. 아니, 맛있었습니다.
기자는 멸치잡이가 한창일때, 멸치털기가 한창일때 또 찾아가리라 마음먹으며 식당을 나섰습니다. 남해로 여행을 가신다면 꼭 들러서 맛보세요. (취재 - 2009년 2월 5일, 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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