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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열어놓은 사무실 창문으로 솔솔 스며드는 봄바람에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않다. 뭘했다고 벌써 4월이다. 팍팍하기만 한 내 생활은 잠시 어딘가로 바람을 쐬러갈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요즘같은 날씨엔 어디든 좋으니 답답한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봄바람의 유혹에 넘어간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는지 회사에서 단체로 MT를 가기로 했다. 일주일 내내 어디로 가서 뭘 할지 고민하던 김대리의 최종 결정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산으로 등산을 하자는 것이었다. 등산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사무실만 아니라면 어디가서 뭘해도 즐거울것만 같다.

평일 오전에 서울을 출발해 한시간 반정도를 달려 양평에 도착했다.
어디 근사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탁트인 사방에 푸릇푸릇한 봄기운 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용문산은 처음 와보는 곳인데, 옆에서 계속 아는척을 하는 김차장이 경기도에서 세번재로 높은 산이고,
굉장히 험한 산이라고 말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평일이어서인진 한산한 공원같은 느낌이었고, 단지안에는 산채비빔밥, 파전, 동동주 등을 파는
식당이 여러곳 눈에 띄었다.

용문산 초입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용문사라는 절이 있다.
산에 오르기위해서는 용문사를 지나가야 한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이라고 해서 내심 화려한 단청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절 내부 공사중인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어 산통을 깨고 있었다.

용문사 주변에는 여기저기에 산수유 나무에 노란 꽃들이 피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절 앞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그루 서있는데
높이는 60m가 넘고, 나이는 무려 1,1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가을에 잎이 노랗게 물들면 정말 멋진 광경일것 같다.

마당바위까지 1.9km
여기서 부터 우리의 산행 목적지인 마당바위까지는 한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일까?

자, 이제 부터 시작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봄바람은 서늘하고, 내 다리는 튼튼하다.
이정도의 길이라면 금방 올라갈수도 있을것 같다.

마당바위까지 앞으로 800m.
"저길 어떻게 올라가요..."
"등산이 원래 이렇게 힘든건가요..."
"이건 길도 없고 온통 바위산이잖아..."
"헥헥... 저는 내려가면 안될까요..."
"심장이 터질것 같아..."
"꼭 거까지 가야되는거야?"
정말 가파르고 험한 산이었다. 나뭇가지에 메달아 놓은 빨간 리본이
없었더라면 어디가 길인지 구분하지 못할 바위산에서
우리 모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결국 마당바위까지 올라 갔지만 올라가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사진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진 나는 5kg 정도 무게의 카메라 가방을
내팽겨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은 좀 후회가 되는데 결국 사진도 찍지 못했다.

내려 오는 길이라고 쉽지는 않았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여전히 땀은 비오듯 흐르고 있어서
훌렁벗고 저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이 은행나무를 만나니 이제서야 다 온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등산을 많이 해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들었다.

산을 내려와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뭐가 맛있냐고 물었더니 다 맛있단다.
마당바위까지 갔다오면 다 맛있을것 같기는 하다.
파전, 감자전, 도토리묵, 그리고 동동주를 주문했다.

이 식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오는 손님들 자리마다 다 쫓아다니며 참견을 한다.

언제 힘들었냐는 표정들로 다같이 건배!

김대리가 예약해 놓은 펜션은 용문산 관광단지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인데
여럿이 묵을수있는 넓은 곳이라고 했다. 이곳이 우리가 묵을 <솔지에로>펜션이다.
"뭐야, 이거 펜션 맞아?"
일반적으로 '펜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기자기한 통나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런것 아니던가?

일단 들어와 보니 밖에서 보던것과는 달리 제법 넓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가구도 깨끗하고, 가전 등 시설물들도 괜찮은 편이었다.

천장은 높고, 채광이 좋아서 집안에서도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모두 12명 이었는데, 더 많아도 공간이 좁지는 않았을것 같다.

방은 총 2개 인데, 2인용 침대가 있는 큰 방은 개울쪽으로 창이 나 있어
창밖으로 산과 개울이 보이고, 밤에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1인용 침대가 있는 작은방.
화장실과 욕실은 따로따로 되어 있었다.

거실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오면 여럿이 함께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베란다 앞에는 널따란 나무바닥에 나무 벤치와 난간이 있고, 난간 아래에는
아까 큰방 창밖으로 보이던 개울이 흐르고 있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앞에 어린아이 허리만큼 물이 차는 깊이의
얕고 폭이 넓은 개울이 흐르고 있어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는 좋아보인다.

펜션에 돌아와 잠시 쉰다음 서울에서 장봐온 것들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엔 개울가 옆에 모닥불 피워놓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간단하게 술한잔씩 했더니 어느새 새벽이다. 올라갈땐 무척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걸 느꼈고,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났더니 몸도 개운한 느낌이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단체로 어디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런 엠티라면 몇번이고
다시 가도 좋을것 같다. 가을이 오면 꼭 다시 한번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보러 가고 싶다.(글|사진 잠든자유)
참고 : 용문사 홈페이지 http://www.yongmunsa.org
솔지에로 펜션 http://www.soljie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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